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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핵화 담판’ 앞두고 핵 시설 공개 부담… 북미회담 후 사찰단 부를 듯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검증·사찰 언제 받나

  • 기사입력[2018-05-15 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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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당초 예상과 달리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이벤트에 검증 전문가 그룹을 배제하고 언론만 초청하면서 본격적인 비핵화 검증·사찰 작업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북한은 오는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4곳을 모두 폐기할 계획이다. 이 순간은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한국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보여지게 된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이 같은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사찰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면서 언론만 초청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달 12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핵화 담판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사전에 핵 시설을 공개하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문가들에게 핵실험장을 보여주는 것은 현재의 핵 기술 수준을 유추할 수 있는 핵심 참고자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라며 "폐기라는 불능화 조치를 하게 되면 굳이 해당 시설에 대한 사찰이 무의미하다는 전제하에 전문가들을 부르지 않기로 한 거 같다. 또한 비핵화 관련 공식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찰 전문가들이 들어가겠다고 나서기도 모호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두 차례나 방문해 김 위원장과 면담한 후에 이와 같은 내용의 북한 외무성 '공보'가 나온 점에 비춰볼 때 미국이 언론만 초청하는 방식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이벤트에 동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핵 물질과 시설에 대한 전문가 그룹 사찰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본격 진행될 전망이다. 북미 정상이 이번 담판에서 비핵화 시간표를 정리하고, 첫 이행 단계로 북한이 어느 곳에 어떤 형태로 핵 무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례에 비춰볼 때 미국은 우선 북한으로부터 얼마만큼의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지, 몇 개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했는지 등을 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신고 내용을 토대로 본격적인 사찰·검증 작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더불어 군사 시설로 분류되는 ICBM 생산 설비 등에 사찰 요구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검증의 시작 시점이 첫 번째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노력은 언제나 검증 단계를 넘기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특히 북핵 6자회담을 통해 2005년에 도출된 9·19공동성명은 2007년 이행 방안을 담은 2·13합의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북한이 2008년 6월 냉각탑을 파괴할 정도로 진전을 보였으나 '강제사찰' 요구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일본의 선(先) 납북자 해결 후(後) 원유 제공 방침에 따른 갈등 등이 얽히면서 백지화됐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이번 북한 비핵화 담판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신중하면서도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나, 미 의회와 전문가들 사이에는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회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행정부 내부에서도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를 중심으로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한 전방위적인 사찰과 검증을 요구하는 동시에 북한이 '꼼수'를 부리면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결국 검증의 핵심은 핵물질을 덜어내는 것이고, 미국은 북한이 얼마의 핵물질을 가지고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한 검증을 최대한 깐깐하게 진행하려 할 것"이라며 "미국은 일단 북한을 믿고 가려고 하고, 북한도 최대한 협조하려고 하겠지만 사찰을 시작하는 시점이 첫 번째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어차피 미국도 북한에 있는 수 천 개의 핵시설을 모두 다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기존에 노출된 시설 이외에 핵심적인 몇 개의 시설과 물질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내비치고, 미국은 그 정도에 따라 의심의 크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권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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